본문 바로가기
아늑한 독서 기록

[독서기록]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1권) -엄태웅 최윤섭 권창현

by kayna 2024. 2. 26.
  • 이 책을 고른 이유

 대학원 개강 전, 학교에서 자꾸만 메일이 온다.

학교 도서관 탐방 시켜줄테니 탐방 신청하라고

 

 학교가 대중교통으로 넉넉잡아 편도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보니,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신청은 안 했다. 하지만 도서관 메일을 받아본 김에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많이 빌린 책 순위가 공개되어 있었다. 보통 어느 대학교든 대학교 도서관 대출 순위에 올라있는 책들은 전공 수업 책들이기 마련인데, 전공책들 사이에 이 책이 포함돼 있었다.      

 

 

 

 대학원 입학을 앞둔 나에게 너무 매력적인 제목이지 않은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네 도서관에서 대출 신청을 했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책이 인기가 좋았던 것인지 2권도 출간된 책이었다. 사실 1권과 2권을 함께 대출받았는데, 요즘 부쩍 게을러져서 핸드폰을 보며 빈둥거렸던 시간이 길었던지라 2권을 반납 기한 전에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카페에서 만나서 책이라도 읽자~라고 동네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다행히 1권은 완독 할 수 있었다. (1주일 전에 혼자 카페에 와서 절반 정도 읽어놓고 그다음 1주일 간은 집에서 아예 안 읽었다. 스마트폰 중독... 심각하다..ㅎ)

 

 이제 슬슬 빈둥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구!


 

  • 저자 소개

 

 

  개인의 공간에 올렸던 글이 석박사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책 구성이 매우 좋다. 박사과정생편-박사편-교수편으로 차례로 되어있어서 아주 다양한 경험과 조언을 들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서도 언급됐듯이, 저자가 모두 이공계열 출신이다. 문과 대학원 진학을 앞둔 나로서는 연관이 없는 듯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점 때문에 1권을 다 읽고 나서 2권을 확인해 보니, 2권은 문과 대학원 출신이신 분들의 글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1권의 저자는 모두 남자분들인데, 2권은 여자분들도 있는 듯했다. (자세히 안 봐서 확실히는 모른다.) 여러 학과와 남녀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2권도 매우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2권은 좀 더 얇은 점도 좋다 ^0^ㅎ.) 


 

  • 목차

 

 

1부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이야기 (엄태웅 박사과정생편)
프롤로그 거창한 이야기의 시작
1.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2. 취업이냐 진학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상)
3. 취업이냐 진학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
4.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가고 싶어요
5. 나의 유학 실패 이야기
6. 나의 유학 도전 성공 이야기
7. 좋은 지도 교수 선택하는 법
8. 영어 못해도 영어 논문 잘 읽는 법
9. 영어 못해도 영어 논문 잘 쓰는 법
10. 자기관리가 대학원 생활의 전부다
11. 대학원생이 갖추어야 할 의외의 덕목들 4가지
12. 내게 뒤처질 수 있는 행복을 허하라
에필로그 안정적인 삶, 그런거 없다 
2부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자의 이야기 (최윤섭 박사편)
프롤로그 나의 연구 이야기를 시작하며
1. 나는 과연 대학원에 가야 하는 걸까
2. 박사학위라는 것의 의미
3. 지도 교수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4.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이제 어떡하지?
5. 첫 연구주제를 어떻게정하고 접근할 것인가
6. 첫 번째 논문을 최대한 빨리 써라
7. 대학원생의 시간관리
8.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9. 절대로 혼자 일하지 마라
10. 후배의 성장을 도와줘라
에필로그 좋은 연구자란 무엇인가 (+ 몇 가지 사소한 팁)  
3부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교수의 이야기 (권창현 교수편)
프롤로그 개구리가 올챙이에게
1. 좋은 학생, 나쁜 학생, 이상한 학생
2. 내 연구하기
3. 연구의 비법 : 파인만 알고리즘
4. 지금 하고 있는 게 연구인가, 아닌가?
5. 연구와 장비병
6. 대학원생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7. 교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교수가 된다.
8. 연구의 실제
9. 학회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10. 대학원에서 닥쳐오는 멘붕의 파도
에필로그 뭘해도 불안하다  
출처

 

큰 목차 안에도 소제목이 많다. 어려운 글 하나 없이 직관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고, 핵심 내용이 잘 읽힐 수 있도록 소제목 안에 짤막짤막하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잘 정리되어 적혀있다. 


  • 마음에 남았던 글귀
'어떤 연구주제가 나의 호기심과 맞닿아 있지?'
'관련해선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누가 이 분야를 리딩하는 선구자지?'
'지금까지 나온 연구의 한계점들은 뭐야?'
'한계점 극복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51-52pg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교 이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도 교수' > 연구분야 > 장학금 > 학교'여야 할 선택의 우선순위를 그 반대인 '학교 > 장학금 > 연구분야 > 지도 교수'로 생각하는 것 같다. 
59pg

 

 석사나 박사과정 입학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수학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뚜렷한 연구 목표가 있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그때 이 내용을 상기해 보면, 내가 정말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고민해 보게 되고 수학계획서의 구성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논문 구조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구성을 따르고 있다.

나는 이런 문제를 풀 거야 (abstract)
사실 이 문제는 이런 동기에서 연구가 시작된 건데 (introduction)
관련해서 이런저런 접근들이 있었지 (related works)
난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보려고 하는데 (method)
정말 이게 효과적인지 실험도 해봤어 (experiment)
실험 결과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discussion)
마지막으로 너를 위해 요약해 줄게 (conclusion)

읽을 논문 선택하기
-가장 간편한 방법은 구글 스칼라를 이용하는 것이다. 웹문서를 검색하듯 구글 스칼라에 관심 있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면 관련 논문들이 검색된다. 처음 연구 분야를 접하는 분들이라면 'review' 'overview' 'survey' 'tutorial'과 같은 검색어를 함께 넣어 검색해 보면 좋은 리뷰 논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논문을 고를 때는 출판 연도, 논문 인용 수, 그리고 저자를 확인해 보면 좀 더 믿을 만한 논문을 골라 읽을 수 있다. 논문 인용수가 많더라도 너무 옛날 논문이라면 조금 더 최신의 논문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67-69pg 

 

  (리뷰 논문 읽는 법은 책의 뒷부분에도 한 번 더 언급돼 있다.)

논문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의 방법이 생기기 마련이겠지만, 시행착오를 확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조언들이 들어있다.

 

특히 논문을 다 읽은 후의 정리는, 위의 논문 구성에 맞추어 한 두 문장 내외로 답을 달아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다른 분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들었던 조언인데 대학원 첫 학기부터 잘 적용해서 데이터를 쌓아보아야겠다.

 

영어 논문 잘 쓰는 방법
-그러니 연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단 쓰시라. 추천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하는 것보다 일단 목차를 나누고 각 섹션에 들어갈 내용을 개조식 bullet form으로 적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개조식으로 무엇이 들어가야 할지만 적어도 아마 목표 분량의 절반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어떤 형태의 그림과 표가 들어가면 좋을지도 대충 만들어 넣어보자 (손으로 그려 넣어도 좋다). 그렇게 분량을 채우고 나면 전체적인 윤곽도 보이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어 논문을 쓰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78-79pg    

 

 이 조언은 사실 영어 논문뿐만 아니라, 한국어 논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언인 것 같다. 사실 논문뿐이랴, 모든 글쓰기는 일단 쓰면 진행이 빨라지는 부분이 있다.

 

 책에 초록과 서론 - 관련 연구 - 방법과 실험 - 결론 순서대로, 각 부분별로 중요한 글쓰기 포인트에 대해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논문을 쓰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지만, 논문을 쓰는 중이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논문을 잘 쓰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대학원생이 갖추어야 할 의외의 4가지 덕목들
1. 커뮤니케이션 능력
[포인트 1] 평소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즐기고,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편인가? 그렇다면 학자의 자질 +1
2. 사업적 * 정치적 능력 
[포인트 2] 본인이 시장의 수요를 잘 파악하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고, 여러 사람들과 큰일을 도모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학자의 자질 +1
3. 마케팅*브랜딩 능력
[포인트 3] 평소에 사람들에게 "너는 정말 너의 활동을 남들과 잘 공유하는구나."라는 평가를 듣는가? 그렇다면 학자의 자질 +1
4. 연애 잘하는 능력
94-102pg

 

 대학원을 떠나 가지고 있다면 어디서든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는 덕목들이긴 하다. 대학원 입학 전에는 모임에 부지런히 나가서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쌓아놔야지 생각했지만, 집순이 기질이 어디 가지 않아 학교가 멀다는 핑계로 대학원생 모임에 나가질 않고 있다. 이 글 읽으면서 다시 한번 반성...   

 

인생 길다. 빨리 달리는 사람이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달리는 사람이 멀리 간다. 그리고 멀리 가려면 우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극한의 괴로움 속에서 결과를 짜냈을 때 기쁨을 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기쁨은 대부분 성취에서 오는지라 '성공이냐 실패냐?'와 같은 결과물에 의해 행복이 좌우될 때가 많다. 만약 최선을 다한 과정 자체로 즐겼다면 오케이. 하지만 실패했을 때 괴로워할 것이라면 굳이 그렇게 가랑이를 찢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108pg


대학원생에게 가장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좋은 성적 받기? 많은 논문 쓰기? 졸업하기? 졸업 후 좋은 곳에 취직하기?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현재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적을 잘 받든, 논문을 많이 쓰든 못 쓰든, 심지어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든 못하든 간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금 떠나보내는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110pg  

 

 내 가치관과 비슷하다. 결과가 어디로 가든 지금의 나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유학을 고려하는 경우도 이 원칙은 그대로 해당된다. 약간의 돈과 시간이 들겠지만, 가능하면 직접 한 번 가서 교수와 학생을 직접 만나 보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더 큰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의치 않으면 홈페이지에 나오는 학생들에게 무작정 이메일이라도 보내서 교수의 스타일과 연구실 분위기에 대해서 물어봐야 한다. 만약 한국인 유학생이 있으면, 특히 친절하게 답해줄 것이다. 외부인에게 이메일로 답변하는 것은 상당히 유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니, 역시 행간을 잘 읽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반드시 파악해보아야 할 것은 연구실 내의 자대생 비율이다. 
163pg

자그마치 10년이라는 아득한 세월 이후에 어느 분야가 뜰지, 어느 분야가 연봉이 높을지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더라도 내가 대학원 시절에 전도유망하다고 했던 분야들 중에 지금까지 유망한 분야는 사실 별로 없다.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인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도 흔히 '인공지능 겨울 AI winter'이라고 불리는 오랜 암흑기를 겪었다.  (중략) 그래서 앞서 강조한 나의 흥미와 열정을 따라가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분야의 전망이 좋지 않아도, 그 분야가 아예 통째로 사라져 버리지 않는 이상은 실력이 좋은 전문가라면 입에 풀칠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
(165-166pg) 

 

 나는 사촌언니와 15년이 넘는 나이 차이가 나는데, 내가 대학 전공을 고민할 때 사촌언니가 이와 같은 말을 해주었다. 언니가 대학 갈 당시에 유망했던 과들은 현재는 유명하지 않고, 그때는 인기 없었던 과가 지금은 인기가 많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시대를 안 타고 수요가 많은 과들이 있긴 하지만, 오르내림이 있는 건 맞기 때문에 본인의 적성에 맞는 학과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이제 어떡하지?
-1년 차 때는 연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확보해라
-방학은 연구를 위한 절호의 찬스
-연구실의 인간관계
(회식, 야유회, 엠티, 대청소 등 연구실 행사에 되도록이면 참석할 것)
-허드렛일도 중요하다
168-177pg

 

 방학이 절호의 찬스임을 알면서도 입학 직전 마지막 방학을 빈둥대며 날린 나... 반성합니다. 

하지만 괜찮다.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으니 마지막 휴가 제대로 누렸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 ^-^.

 

첫 연구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접근할 것인가
리뷰 논문 읽기
-(중략) 연구해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하게 되면 연구 논문 research article을 쓰게 된다. 반면 리뷰 논문은 새로운 연구를 해서 쓰는 논문이 아니라,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기존의 여러 연구들을 리뷰하고 정리한 논문이다. 즉 리뷰 논문은 최근 연구들에 대한 일종의 요점 정리집이라고 할 수 있다(논문의 형식에는 이외에도 좀 더 간결한 형식의 연구 논문이나 주장을 정리한 레터 Letter도 있고, 의학 분야에서는 한 명의 환자에 대한 특수한 사례를 다룬 증례 보고 case report 등도 있다).  
(중략) 리뷰 논문을 통해서 전반적인 연구의 흐름을 파악한 다음, 인용된 논문들 중에서 내가 관심이 생기거나,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논문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중략) 리뷰 논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논문을 키워드로 검색할 때, 검색어에 'review'라는 단어를 함께 포함시키면 리뷰 논문 위주로 검색되게 된다. 

인용 관계를 통해서 후속 연구 알아보기 
(중략) 다행히도 '이 논문을 인용한 후속연구'의 목록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 스칼라 등의 논문 검색을 사용하면 된다. 검색된 논문마다 'Cited by 000' 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이 논문을 인용한 후속 연구가 몇 편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이를 클릭하면 그 후속 논문들의 목록을 띄어준다. 이렇게 해당 논문이 인용한 논문을 참고하여 '이전의 맥락'뿐만 아니라, 이 논문을 인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논문 '이후의 맥락'까지도 파악해야 한다. 
181-188pg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모든 재화를 통틀어 가장 귀중한 것이다. 필자는 대학원 생활을 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거의 강박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대로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아껴라. 인생은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02pg

 

 나는 누워서 빈둥대는 게 큰 행복 중에 하나인 사람이라, 휴식을 취하다가도 왠지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근데 이런 휴식도 계획적으로 잘 쉬어서 늘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겠다. 

 

솔직히 가장 중요한 건 스마트폰을 많이 보지 않는 것이다. 이건 용납할 수 없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퇴근하기 전에 포스트잇으로 내 연구 노트 앞면에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했고, 내일은 A, B 실험을 하고, C 분석을 하면 된다.' 정도만 간단하게 정리해서 붙여놓으면 된다. 그러면 다음 날 출근해서도 내 생각을 어디서부터 이어가야 할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정도라고나 할까.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이다. 그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쓰는 데 1분도 안 걸린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시라. 꽤 효과가 있을 것이다. 
214pg

 

 내가 일을 할 때도 쓰는 방법. 간단한 메모는 의외로 효과가 매우 좋다. 특히 핸드폰 메모보다도 직관적인 아날로그식 메모가 더 잘 다가올 때가 있다. 

 

통나무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나는 맥키넌 박사님께 연구에 대한 여러 가지를 여쭤보았다. 특히 그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위대한 과학great science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박사님은 나의 우문에 현답을 주셨다. "위대한 문제great problem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자신의 흥미를 찾아서 그 위대한 문제를 찾으셨다고. 내가 "박사님은 지금도 연구가 즐거우세요?"라고 물었더니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도 매일 아침 연구실에 가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우리도 그런 문제를 찾아보자. 우리라고 못할 것은 없지 않은가.
234-235pg 

 

 이런 일을 찾고 싶다. 모든 사람들의 꿈이겠지...?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는 경영학적으로 연구도 많이 되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은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주고 싶어 하는 기버giver가 '주는 만큼 받는' 매처matcher 나,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고 하는' 테이커taker보다 왜 더 성공적인지에 대해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오리지널스]로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애덤 그랜트의 전작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리지널스]보다 이 책이 더 좋았다.
238pg

 

 시간이 되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로. 참고로 책 제목은 다른 표시 써야 하는 걸 알고 있다. (대학교 글쓰기 수업 시간에 체계적으로 다 배웠다..ㅎ) 하지만 귀찮고... 그냥 개인적인 글일 뿐이니 [ ] 부호로 통일!ㅎ 

 

절대 어크날리지먼트를 잊지 마라
학회 등 외부 발표에서 뿐만이 아니라, 랩미팅 등 연구실 내부 발표 등 결과 공유를 하는 자리에서 공동연구자 등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은 분들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이러한 도움과 기여에 대한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흔히 어크날리지먼트 acknowledgement라고 한다. 사전적인 뜻은 '인식' '인정' 정도인데, 여기에서는 '공동연구자에게 받은 도움을 내가 인식하고 있으며, 그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보통 어크날리지먼트는 발표자료의 가장 마지막 장에 모두 몰아넣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과 더불어서 필자는 해당 슬라이드에 (슬라이드의 오른쪽 하단에) 명시적으로 누구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기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242pg 

 

 나 또한 사회생활하면서 정말 중요하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이다. 감사는 아무리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잊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도움 받은 사람들에게 잘하자 :).

 

이메일 제목의 좋은 예
-"7월 17일 최윤섭 랩미팅 슬라이드 보내드립니다" "A 연구실 정기 미팅 공지 7/17 @대회의식"
-첨부파일 제목도 명확하게
-전체 답장을 활용해라
(참조인에게까지 전체 답장해서 내용의 진전을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 
248pg

 

 사실 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조교님이 보통 양식에 정확히 부합하는 메일을 보내주시기 때문에 그 형식 그대로 빌려와서 답장을 쓰면 된다.  그런데 책 뒤에도 나오지만, 교수님은 워낙 받는 메일이 많고 일정이 바쁘다 보니 내가 보낸 메일을 잊을 수 있다.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났을 때 간단한 검색으로 나의 메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목에 키워드를 넣어 메일을 전송해야 한다. 

 

 랩미팅에서 교수님께 지난달의 연구 진행 사항과 실험 결과를 보여드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당장 랩미팅 자리에서 새로운 결과를 쏟아내면서 지도 교수에게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아무리 교수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결과를 그 자리에서 제대로 해석하고 유의미한 코멘트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된 결과를 가져온 경우에는(더구나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결국 갈굼을 당하게 된다.
268-269

 

 이것도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조언이다.


교수마다 박사과정 학생에게서 보고자 하는 점들이 다르겠지만 나는 '호기심' 있고 '책임감' 있는 학생을 바란다. 글에서 계속해서 학생이 지도 교수를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가를 강조했다. 연구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지도 교수를 찾아오지 않고 무작정 다음 미팅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을 볼 때면 '궁금해서 어떻게 기다리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지도 교수가 제안한 방법이 잘 안 되었을 때 자신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지 않는 학생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290pg

 

 책에서 언급한 학생은 단순히 지도 교수를 자주 찾아가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 학생은 지도 교수 방문 시 질문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예상 답변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가진 채로 가는 학생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우리도 우리가 뭐 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알면 연구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래서 일단 가슴속에 명심하자. 교수는 아무것도 모른다. 물론 지도 교수 말고 다른 교수들도 아무것도 모른다. 이 세상 사람들 그 누구도 모른다. 알기 위해서 연구를  하는 거고, 그래서 박사학위를 주는 거다. 
293pg 

 

 아인슈타인은 역시 천재다. 

 

연구의 비법 : 파인만 알고리즘
1. 문제를 쓴다. Write down the problem.
2. 진짜 열심히 생각한다. Think real hard.
3. 답을 쓴다. Write down the solution.
(중략)
여전히 2번에 대해서는 강한 동의를 하고 있지만,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1번 항목이다.
301-302pg

 

내가 무엇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지, 질문을 세세하고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 

 

자신의 연구 방향을 잡고 싶은 학생 혹은 지도 교수가 하라고 시킨 이 연구의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은 학생은 '연구주제에 대해 3단계로 말해보기' 방식을 이용하면 좋겠다. [영어 논문 바로 쓰기 A Manual for Writers of Research Papers, Theses, and Dissertation]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다음의 예를 보자.

(당신은 무엇을 공부하고 있나요?)
1. 저는 X라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왜 그 주제를 공부하고 있지요?
2. 저는 왜 Y인지 알고 싶거든요.
(그걸 알면 뭐가 어쨌다는 거죠?)
3. 그러면 제가 다른 사람들이 왜 Z인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거든요.
311pg

 

 

질문하는 방식 
쪼개진 물음도 질문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비교해 보자.
(1) A 방법으로 접근했더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 A 방법으로 접근했더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A 방법이 b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b 요소를 고려하는 B 방법이나, C 방법을 사용해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어느 방법이 나을까요?
322pg

그리고 이메일의 제목과 내용은 일치해야 한다. 잊고 있던 학생의 질문이 생각이 나서 검색했다. 그런데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제대로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실험 내용에 대해 대화를 하는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면서 학회에 보낼 초록에 대한 질문을 같이 보내지 말자. 새로운 이메일을 새로운 제목으로 쓰는 것이 옳다.
324pg

 

 뭐든 명확하고 세세하게 알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에 대충은 없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교수로 만일 임용되었을 경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인지, 그 연구를 하려면 어떤 실험 장비들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찾을 것인지, 어떤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지, 어떤 연구재단에 어떤 제안서를 제출할 것인지, 어떤 교수들과 협업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준비가 모두 되어 있었고 잘 정돈된 계획이 있었다. 그 후보자와 대화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꾸린 연구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우리 학교에서 이미 몇 년간 지냈던 사람처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단순히 직장이 필요해서 교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박사과정 학생과 교수는 그저 자기가 하는 연구의 측면에서 볼 때 같은 선 위에 있는 다음 단계였던 것뿐이다. 이 후보자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이미 교수가 된 사람에게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였다. 
333-334pg

 

 이건 회사 취업 준비를 할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 같다. 사실 그 일터에서 이미 일해보지 않은 경우,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 정확하고 자세한 미래를 그려보기 쉽진 않다. 하지만 많은 조사와 생각을 통해서 내가 이 일터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고, 여기에 맞춰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원에서 닥쳐오는 멘붕의 파도
-대학원 입학심사에서 떨어졌어요
-수업을 드기 시작했는데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박사 자격시험에 떨어졌어요
-연구는 진도가 안 나가고 이대로라면 졸업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학회에 갔더니 제 연구가 제일 허접해요
-논문이 거절되었어요
-직장이 잡히지 않아요
-내가 기대고 있는 말들
("해보고 안 되면 말고." "대기만성")
359-375pg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멘붕 순간. 교수님께서 친절하게 분류해 놓고 일일이 답변을 달아두셨다. 내가 해당 상황에 놓여있을 때 다시 읽어보면 많은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이 나이 때는 뭘 해도 불안하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그 나이 이후로 계속 불안하리라는 것.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수가 되고 계속 불안하다가 테뉴어를 받기 전후에 잠시 안정된 것 같았는데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나?' 하는 고민이 또 생기고 다시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돌아보니 내 나이 또래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그냥 이런 거 고민할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마다 시기의 차이는 좀 있겠지만, 내 고민만 특별한 건 아니고 때 되면 해야 하는 고민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378-379  

  • 감상

 독후감 감상을 적기에 앞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전달받아 보았을 때 너무 놀랐다. 밑줄, 동그라미와 같은 낙서가 너무 많아서... 마치 개인이 구입한 책인양 낙서가 잔뜩 되어있었다. (혹시 몰라 확인해 보았지만 기증받은 책은 아니었다.) 그냥 읽어보려고 했지만 많은 밑줄이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거슬려서 일일이 다 지워냈다. 지우개 가루가 엄청나게 나올 정도로 지워냈는데도, 책을 읽다 보니 덜 지워진 부분이 있기도 했다. 후... 제발 책에 낙서하지 맙시다. 상식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책에는 단순히 대학원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성과를 내거나,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대학원을 가든 가지 않든 동일하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다양한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제목처럼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원생이 아니더라도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 대학원 수학계획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무슨 연구를 하고 싶은지 정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 또한 읽으면 아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석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읽었더라도, 석박 과정 중에 힘든 일이 발생할 때 다시 찾아 읽어도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 브랜딩의 시대인만큼, 나도 대학원 공부 내용을 종종 티스토리에 업로드해볼까 했었다. 이 독후감도 그 일환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미루지 말고 이걸 꼭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님들이 개인 페이지에 올린 글들이 큰 공감을 받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개인브랜딩이 아니더라도, 그냥 내가 그 시절에 뭐 하면서 지냈는지 돌아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꾸준히 올려놓기만 해도 미래의 내가 참 좋아할 것이다.

 후... 스마트 폰만 조금 보면 된다. 집중이 안 될 땐 커피값 아까워하지 말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자!! 온풍기 끄는 계절이 오면 도서관도 좋고! 다시 한번 파이팅! ~

 

 마지막으로 위에서 적었던 것처럼 저자가 모두 공과대학 출신이라 아쉬웠던 점은, 2권을 읽으면서 달래 보려고 한다. 곧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2권 독후감으로 돌아오는 걸로! 

 

이 책에서 추천하는 책

-[몰입 : Think Hard] 서울대 황농문 교수님 저서, 몰입에 관련해서 읽어볼 것

몰입 flow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처음 제시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저서들도 추천